많은 사람들이 타고난 재능을 원하지만, 살면 살수록 재능보다 좋은 환경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참 많이 합니다. 재능은 좀 부족하더라도 건강한 환경은 사람을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하지만, 반대의 경우는 불행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많은 천재적 예술가들이 불행한 인생을 마무리하지 않나 싶습니다. 카미유 클로델처럼요. 그녀의 이야기는 여자로서 참 마음이 아픕니다.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와 재능은 그녀가 다른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그녀의 삶이 완전히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기 때문입니다.
17세기 여자로 태어난 것은 불운이죠. 첫아들을 여읜 어머니가 두 번째 임신에서 아들을 바랐으나 그녀가 태어났습니다. 아들의 죽음을 카미유 탓으로 돌린 어머니는 카미유에게 죽을 때까지 그 어떤 사랑이나 지지를 주지 못합니다. 여자는 학교에 입학이 되지 않던 시대에 태어난 그녀에겐 타고난 재능이 없었던 것이 나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국립미술학교 진학이 되었더라면 로댕의 제자로 들어가 필요도 없었겠지요. 유난히 아름다웠던 그녀의 외모도 그녀에게 불행을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와 재능에 타고난 호색가에 바람둥이 유부남 로댕은 그녀와 10년이 넘는 동안 연인관계를 유지했고, 카미유는 로댕의 아내에게 협박과 모욕을 당했습니다. 갖은 감언이설로 카미유를 붙잡았던 로댕은 끝내 아내를 떠나지 않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로댕은 "생각하는 사람" 의 그 로댕이 맞습니다. ^^ 유명한 예술가가 모두 훌륭한 인격을 소유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줍니다. )
그 당시에 이미 로댕은 유명한 조각가였고 그의 작업실에 제자로 들어가는 것이 많은 미술생도들의 꿈이었다고 합니다. 그런 그의 작업실에서 많은 작품에 카미유가 함께 참여했었지만, 그녀의 이름은 로댕의 어느작품에도 올릴 수 없었다고 합니다. 모든 것이 인기와 권력을 쥐고 있었던 로댕의 뜻대로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로댕과 카미유는 선생과 제자 그리고 연인 사이였기 때문에 지금도 서로의 작품이 많이 닮아 있고 표절시비가 있지만, 그 당시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로댕의 편을 들었다고 합니다.
재능과 실력은 충분했지만 로댕의 그늘에 가려서 빛을 발하지 못했던 그녀였습니다. 로댕에게 버림받은 그녀는 후에 자신의 작품세계가 여전히 로댕의 아류로밖에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 강박과 정신착란 증세를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유일하게 자신의 재능을 인정해 주고 지지해준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어머니와 가족들은 그녀를 정신병원에 가두고 30년 동안 방치합니다. 그렇게 그녀는 정신병원에서 인생을 마무리합니다.
그리고 시인인 그녀의 막내동생 폴은 "하늘이 그녀에게 준 재능은 모두 그녀의 불행을 위해 쓰였다." 고 말했습니다. 그녀의 불행한 삶은 누구의 책임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에 그녀가 남자로 태어났더라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졌을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그녀를 따뜻이 보듬어 줬다면, 로댕으로 부터 버림받은 그녀를 끝까지 가족이 돌보아 주었다면, 남은 30년 동안 작품 활동에 매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혹은 그녀가 로댕과 같은 동시대 사람만 아니였더라도, 아니 그녀가 다른 도시에서 태어났더라면 그녀의 인생이 그렇게 비참하게 끝났을까 싶습니다. 아니면 그녀가 로댕을 먼저 떠났더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합니다. 이런 수많은 생각이 드는 것은, 그녀의 불행한 삶이 오롯이 그녀의 책임이라 하기엔 억울한 면이 너무 많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도 사람은 마음먹기 달려있고,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녀의 운명은 마치 그녀가 불행해지도록 계획한 듯합니다. 그녀가 다른 모든 그 당시 여성들처럼 평범하게 살았다면 좀 더 행복했을까요? 그러나 그러기엔 그녀가 가진 재능이 너무 넘쳐 보입니다. 그리고 그녀의 재능을 담아내기엔 그 시대는 여자들에게 너무 가혹한 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무엇보다 딸로서, 여자로서, 연인으로서 , 작가로서 한 번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삶을 마무리했던 그녀가 참 불쌍하고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그녀의 작품은 너무 여성스럽고 섬세하고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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