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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미국생활

(미국생활/ 소소한 일상) 한밤중의 총성?

by art therapist (아트) 2021. 6. 3.

탕!... 탕!
어제밤 갑자기 고요한 밤을 깨우는 뭔가 터지는 소리가 났습니다. 너무 놀라 일어났더니 새벽 1시가 좀 넘는 시간이었습니다. 옆에서 자던 남편이 " 누가 이 시간에 총질을 하고 난리야?" 하는 것입니다. 저에게도 총소리 같이 들렸지만 총소리를 실제로 한 번도 들어 본적이 없는 저는 긴가민가 하는 찰나여서" 헐.. 정말 총소리구나!" 했습니다. 아무리 미국이 총기 문제로 난리라고 하지만 미국에 20년 넘게 살면서 피부로 체감한 적은 별로 없었습니다. 특별히 제가 사는 이 동네에선 한번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고 들어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어젯밤 정말 이웃집에서 들려오는 총소리(?)에 잠이 다 달아나 버렸습니다. " 누가 쏜 거지? 왜 쏜 거야? 경찰이 범인을 잡았나? 아니면 누가 싸우다 홧김에 쐈나?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리고 혹시나 나쁜 놈이면 어떡하지? 이 동네에도 그런 사람들이 살았던 거야? 하며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인적 소리도 비명소리를 들은 것도 아니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 채 몇 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여름이면 더위를 많이 타는 남편 때문에 이층 베란다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잤는데 창문을 다시 닫으며,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 창밖을 내다보았았습니다. 창밖을 내다보니 한 100미터 앞 집에 연기도 살짝 피어오르는 듯하고 깜빡깜빡 자동차 불빛도 보이는 듯했습니다. 경찰이 온듯하여 문을 야무지게 잠그고 커튼도 확실하게 닫고 다시 잠을 청했습니다. 내일부턴 아이들이 동네에서 몰려다니는 것을 좀 말려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일어나자마자 지역신문에 총기사고가 있는지 찾아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지난주에 이 지역 외각에서 일어났던 총기사고 기사만 있었습니다. 지난주에 누군가 묻지 마 총격으로 9명이 죽은 슬픈 사건이 있었거든요. 아무리 찾아봐도 어젯밤 우리 동네에서 일어난 사고는 없었습니다. 누가 총을 쏘고 왜 총을 쐈는지 그리고 죽거나 다친 사람을 없는지 너무 궁금한데 알 길이 없었습니다. 동네 사람들을 다 알지는 못해도 늘 산책하면 지나가는 길이였고 저희 집에서 멀지 않아 불안하고 걱정스러웠습니다.

그러나 남편이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오면서 " 내가 당신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지~" 라며 말을 시작했습니다. 학교에 아이들을 데려다 주고 그 집 앞을 지나쳐오면서 보니 테스라 자동차 앞 부분과 집 앞차고가 불타 있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테슬라 배터리가 터져서 불이 난 모양이라고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어젯밤 연기를 보긴 했으니까요. 그렇게 실체를 확인하고 났더니 머릿속을 한참 맴돌던 걱정과 불안이 한숨에 살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하루 간격으로 참 여러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생전 처음으로 18년째 살고 있는 이 집을 떠나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미국이 정말 위험한 나라이구나라는 생각도 처음 했습니다. 그래서 죽음이라는 건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것도요. 그러나 우리는 무엇이 확인되지 않은 실제에 더 불안감을 느끼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인간을 훨씬 더 공포스럽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정확한 사실을 알고 나면 오히려 그런 두려움이나 불안 걱정은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때론 정확한 사실을 아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른 걸 다 떠나 총성이 아니었던 것에 너무 감사한 아침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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