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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소소한 일상

(소소한 일상) 아들에게 배웁니다.

by art therapist (아트) 2021. 9. 24.

 

얼마 전 끝난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보면서 남편도 외과의사를 했으면 참 잘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섬세하고 꼼꼼한 그는 손재주도 정말 좋습니다. 미국에서 살면서 집안에서 일어난 고장 문제로 사람을 불러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남편이 알아서 뚝딱뚝딱 잘 고쳤기 때문이죠. 거기다 기본적으로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예전에 읽은 글 중에 의사는 똑똑한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좋아하고 성실한 사람이 해야 하는 직업이란 걸 본 적이 있습니다. 그분의 말에 의하면 남편이 딱인데 말이죠. 그러나 너무 안타까운 건 남편은 책을 읽는 것을 싫어하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어서 아마 의대 공부를 마치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 

 

어쨌든 가족끼리 둘러 앉아서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빠가 공부만 좀 잘해서 외과 의사가 되었다면 진짜 잘했을 텐데 하며요. 그러자 아들이 대뜸 " 나는 의사 아빠는 싫어, 의사들은 맨날 늦게 들어오고 바쁘고 우리랑 같이 놀아주지도 못하잖아. 나는 아빠가 지금 우리랑 이렇게 같이 있는 게 좋아.  지금 아빠가 일하는 게 훨씬 더 좋아" 그러는 것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그랬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명성을 얹고 생명을 살리는 귀한 일을 할지는 몰라도 지금 우리 가족처럼 끈끈한 시간이나 추억을 가지기는 쉽지 않았을 것 입니다. 사실 아이들에겐 세상을 구하는 영웅보다 자신과 함께  놀아주는 재미있는 아빠가 필요하니까요. 저도 마찬가지 인듯합니다. 남편이 외과 의사로 바쁜 사람이었다면 저도 많이 외로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들의 말에 가족 모두 동의하며 "지금 현재가 최고의 삶"임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원하는 걸 모두 가질 수 없는 게 인생이라면 그 무엇보다 아이들과 좋은 추억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우리거든요. 그러니 더 훌륭한 직업은 필요 없어 보였습니다. 아들에게 한수 배우는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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