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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소소한 일상

(미국생활/소소한 일상) 이만하길 다행이야

by art therapist (아트) 2021. 10. 1.

 

이번 주는 정말 정신이 없었습니다. 코로나 시작한 이후에 주변에서 확진자를 만날 기회가 없어서 현실감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여긴 12세미만을 빼곤 거의 모두가 백신 접종을 마쳤고 덕분에 이 동네는 확진자와 사망자가 확 줄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번 주 교회에 함께 다닌 언니가 확진자로 판정이 났다는 소식을 화요일 아침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밀착 접촉자가 되었네요. 그 언니랑 교회에서 잠깐 인사하며  악수를 했기 때문이죠.ㅜㅜ 코로나 같은 감기 증상은 전혀 없었지만 몸이 좋지 않았던 언니는 혹시나 싶어서 검사를 받았고 바로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더 심각했던 것은 그 집 아들과 저희 집 아이들이 교회 한방에서 놀았다는 사실입니다.  그러고 나서 하필 그 일요일에 막내딸과 아들이 또 다른 친구 집에 놀러 가서 놀았다는 것이지요.. 이런 ㅜㅜ 물론 모든 상황에서 다들 마스크도 끼고 있었지만 걱정이 되더라고요. 

 

언니의 아들이 감염자인지 아닌지 확인이 되진 않았지만 만약의 상황을 무시 할수는 없으니까요. 부랴부랴 아이들 학교에 알리고 아이들 모두 집으로 데리고 오고, 온 식구 코로나 검사 신청을 하는 등 화요일은 혼이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 와중에 남편 사무실에서 일하며 전화도 받고 해야 할 일은 했어야 하니까요.

 

영어가 불편한 어머님 아버님 대신해서, 바쁜 남편 대신에서 검사 신청을 일일이 온라인으로 마치고 스케줄 잡고 아이들 학교에서 픽업해서 검사를 받고 오는 과정은 거의 007 작전 같았습니다. 남편의 사무실을 비워놓을 수도 없으니 남편과 둘이서 번갈아 하느라 정말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 두 아이의 학교에서 오는 전화를 받고 취재 같은 질문에 똑같은 답을 해대고, 또 일요일 함께 놀았던 친구들 집에 연락해 본의 아니게 사과하고 검사를 받아보라고 했습니다. 

 

그 와중에 정말 많은 감정이 제 마음을 스치고 지나갔네요. 억울함, 황당함, 짜증, 염려 그리고 학교와 친구들 가정에 대한 죄책감등등요. 그러면서 이제 까지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생각을  다잡았습니다. 내가 확진자가 아니더라도 전파자만 되어도 이건 다른 사람에게 너무 큰 민폐가 된다는 것을 너무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그래서 정말 조심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정도의 사건 사고만으로도 제 일상을 흔드는 이런 일들이 너무 짜증이 나고 억울한데, 살면서 이보다 더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내가 잘못하지 않아도 우리 아이들이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아도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일을 너무 많으니까요. 세월호 사건도 그렇고 대구 지하철 사건도 삼풍사건도 그렇고 우리 주변에 이렇게 황당한 사건사고가 비일비재하니까요. 만약에 정말 그런 일을 겪으면 정상적인 일상을 다시는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무튼 화요일 사건으로 이런저런 생각해보고 그래도 이만하길 다행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검사 결과 다행히 가족들 모두 음성으로 나왔습니다. 비록 아이들은 이번 주 내내 학교를 가지 못하지만 누구 하나 아픈 것보다는 훨씬 나으니까요. 좀 정신없었지만 다시 일상을 회복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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