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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인간관계

( 대화의 기술/싸움의 기술) 상대가 이성을 잃었을 때

by art therapist (아트) 2021. 4. 15.

 

 

 

인간이 모든 영장 중에 가장 똑똑하다고 하지만 어떤 면에서 가장 감정적인 동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람의 기질과 성격에 따라서 정말 사소한 일로도 흥분을 잘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감정조절을 잘하지 못해서 상대와 싸우기도 하고 시비가 붙습니다.  여기서 더 심해지면 폭행이나 폭력 등의 범죄를 저지르기도 하고 때론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얼마 전 유 퀴즈에서도 나오신 위기협상 전문가 같은 분들이 이런 인질, 자살 같은 위기상황에서 그 사람들을 진정시키고 위기에서 벗어나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분께서 하시는 주된 일이 대단한 협상이나 설득이 아니라  그분들은 진정시키는 일이라고 합니다. 흥분된 범죄자들이나 자살을 시도하려는 사람들의 감정만 진정시켜도 위험한 일을 막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도 살아가다보면 이렇게 격하게 흥분한 사람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가족 중에 있을 수도 있고 직장 혹은 길거리에서도 이유 없이 이런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이때 상대의 흥분을 진정시키는 것이 더 큰 화를 막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그러나 보통은 서로의 잘잘못을 가리거나, 내 쪽에서 더 흥분하여 더 큰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사람의 감정이 너무 격해있을때 예를 들어 너무 화가 났거나 너무 슬프거나 혹은 너무 흥분된 상태를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앗.. 이 사람이 원숭이가 되었구나" 생각합니다. 치료사들끼리 " monkey brain"이라는 말을 씁니다. 사람이 너무 흥분하면 동물적 브레인만 남아서, 이런 상태의 뇌는 싸우거나 도망갈 생각밖에는 못합니다. 따라서 이런 상태인 사람과는 사실 무슨 말을 해도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더 나아가 저는 이런 흥분상태에서 한 상대의 이야기를 고지곧대로 믿지 않습니다.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나온 말을 진심으로 오해하는 것 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많은 부부 관계나 인간관계에서 고도로 흥분된 상태에서 주고받은 폭언이나 심한 말에 크게 상처를 받습니다.  많은 부부들이 부부까움 끝에 너무 화가 나서 한 말 " 이제 그냥 끝내, 이혼해"라는 말에 상처를 많이 받습니다. 그리고 화가 난 부모들이" 너 이럴 거면 내 아들/딸 아니야. 그냥 나가 죽어"라는 말이 아이들의 마음에 대못을 박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나고 나면 압니다. 그 말들이 다 진심이 아니었다는 것을요. 

물론 아무리 흥분이 되어도 할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언어는 분명히 폭력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람의 성격과 기질 그리고 자라온 환경에 따라 이런 통제가 안 되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 이런 감정조절이 힘든 분들과 가까이 지내시는 분이라면, 웬만하면 상대방의 감정적 흥분을 싸움이나 논쟁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기술이 필요합니다.

사실 상대가 아무리 흥분을 해도 내가 받아주지 않으면 싸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보통은 상대의 흥분을 억울해 하고 분하다 생각하기 때문에 싸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상대방이 흥분하고 길길이 날뛸 때 "진정해라. 참아라. 내가 다 안다"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런 이런 말들은  판단과 지시가 들어가는 말이기 때문에 더 기분이 나빠지기 쉽습니다. 이런 판단과 지시 대신 " 화가 많이 났구나. 많이 힘들었구나. 속상했구나" 라며 상대의 감정을 인정해 줌과 동시에 "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힘든지 알고 싶고 듣고 싶다"라는 경청의 자세가 흥분을 가라앉히게 합니다.

 

 


그러나 이런 공감과 경청의 자세는 실샐활에서 내가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사실 너무 힘듭니다. 이미 내 마음도 지치고 들어줄 에너지가 없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럴 땐 정말 그냥 같이 언성을 높여 같이 막말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냥 그 사람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리거나 그것도 지켜보기 힘들다면 차라리 자리를 피하시는 것도 좋습니다. 단 자리를 떠나실 때 말도 없이 피하는 것이 아니라 " 나는 여기 더 오래 있다가는 당신과 싸울 것 같으니 당신이 진정하면 그때 이야기하겠다 "라고 말을 해줘야 합니다.  말도 없이 자리를 뜨는 경우 상대는 자신을 무시했다고 생각해서 더 흥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과정이 사실 쉽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이런 흥분상태를 어떻게 다루고 대처하는지 잘 배우지 못했기 때문입니더. 감정조절이야말로 교육과 모델링으로만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주로  같이 죽일 듯이 싸우던지 아니면 도망가거나 회피하는 것을 많이 보아 왔습니다. 마치 목소리 큰사람이 늘 이기는 세상인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자신의 격한 감정을 가라앉히고 또 상대와 흥분하면서 싸우지 않는 것이 어쩌면 삶의 기술이자 어른이 배워야 할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이 감정에 휘둘려 정말 원치 않는 결정이나 실수를 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는 지인중에 부부싸움 중 너무 화가 나서 이혼하자는 말을 내뱉었다고 합니다. 그 말을 한 아내에게 충격을 받은 남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을 나가서 이혼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후에 아내가 아무리 남편에게 가서 사과하고 용서를 빌어도 되돌릴 수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아내는 절대로 남편과 이혼까지 바란 것은 아녔다고 후회했습니다. 부부 사이나 부모 자녀 사이, 친구 사이 등의 인간관계에서 이런 격한 흥분상태의 싸움으로 서로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와 실수를 하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아마 이런 것만 막을 수 있어도 관계가 그렇게 꼬이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집은 흥분한 상태에서는 대화하거나 토론하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약속입니다. 저와 남편도 그렇고 아이들과 대화할 때도 누군가 길길이 날뛰기 시작하면 대화를 중단하는 것이 서로 간에 약속입니다. 물론 가끔은 지켜지지 않아서 큰 싸움이 될 때도 있지만 가급적 지키려고 하는 편입니다. 흥분한 상태에서 아무리  이야기해봐야 서로의 밥상만 엎는 꼴이고 후에 그 뒤처리가 늘 더 괴로웠기 때문입니다.

감정이 격해지고 흥분한 사람과 잘잘못을 따지거나 이겨먹으려는 사람만큼 어리석은 사람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원숭이에게 내가 너보다 나은 인간인 것을 설명하는 꼴과 같기 때문입니다. 대화의 기술과 싸움의 기술을 익히셔서 가족과 주변인들과 평화로운 인간관계를 맺어가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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